'스님따라 여행가기' 카테고리의 글 목록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상주 대원정사 일요법회(13:30), 부산 목탁소리 토요법회(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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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따라 여행가기 28

다 내려놓고 길을 떠나라

삶이란 곧 하나의 여행이다. 어머님 뱃속을 뚫고 이 세상으로 내던져진 순간 우리는 모두 한 사람의 나그네요 순례자가 된다. 그리고 펼쳐지는 매 순간의 삶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순유중이다. 단 한 순간도 정체하거나 머물지 않고 매 순간 우리의 여행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 여행은 누구에게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숭고한 귀의(歸依)의 과정. 존재의 근원이라는 본래 나온 그 텅 빈 곳으로 누구나 되돌아가고 있다. 삶이라는 여행길은 언제나 완전한 깨달음을 지향하고 있다. 이처럼 삶은 곧 하나의 여행이기에 한 순간도 머물지 말고 흘러야 한다. 세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이 끝없는 우주를 여행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것의 목적은 끊임없는 여행에 있지 어느 한 곳에 정착하는데 있지 않다. 불가에서는 길을..

마을 뒷 산을 살리자 - 비봉산

양구 읍내가 환히 내려다 보이는 비봉산은 강원도 1000고지 이상의 높은 산들 가운데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아주 얕은 봉우리의 산이다. 그야말로 양구에 사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산책하기 알맞도록 자연에서 베풀어 준 산인 듯도 하다. 오후 늦은 시간에 혹은 새벽 예불을 끝내고 터벅 터벅 쉬엄 쉬엄 올라도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까지 1시간 정도의 시간이면 족하다. 어제는 바람이 얼마나 불던지. 귀를 활짝 열고 산 길을 오르는데 여기가 산인가 바다인가 싶을 정도로 거센 바람소리가 파도치듯 귓전을 맑고 차게 스치운다. 조금 춥기는 해도 산에서 부는 파도소리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평화로와 지면서 입가에 미소가 살랑살랑 피어오르곤 한다. 처음 강원도 양구로 간다고 했을 때 ..

울릉도 기행(3) 1박2일, 신비의 일출과 일몰

둘째날, 나리분지에서 태하까지(나리분지 출발, 12:20) 나리분지에서 민박집 어르신이 일어주신 산마을 식당에 들러 울릉도에서 난 산채들로만 만들었다는 산채비빔밥을 시켰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산채들이 풍성하게 한 그릇 가득이다. 주인 아주머님 인심은 또 얼마나 좋은지, 밥이며 산채며 반찬들이 전통 한정식 저리가라 하고 많이 나오는데다 민박집 어르신 얘기를 했더니 이 곳의 자생인 천궁, 호박, 더덕 등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씨앗주라는 곡차도 한 사발 내어 주셨다. 늦은 점심을 먹고는 터벅터벅 바닷가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고갯길을 오르니 나리분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1시간 남짓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을 걷다보니 시원스런 바다와 거친 파도가 가슴을 뻥 뚫어준다. 그리고 바닷길 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산에서..

울릉도 기행(2) 성인봉, 가을 가고 겨울 오다

둘째날, 안평전에서 성인봉까지(안평전 출발, 07:50) 울릉도의 택시는 전부가 4륜구동의 승합차량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곳곳이 가파른 오르막이고 때때로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곳들도 많이 보인다. 택시를 타고 산 아래 안평전까지 가면서도 울릉도의 풍경, 바다위로 피어오르는 태양 빛, 그 빛에 반사되어 황홀경을 선사하는 산세며 어느 것 하나 내 눈을 사로잡지 않은 것이 없다. 울릉도는 섬이라 산세는 고만고만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내 생각은 그야말로 완전히 빗나갔다. 주봉 성인봉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펼쳐져 있는 봉우리들이 그야말로 울릉도의 아름다움을 한껏 드높이고 있다. 한참을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울릉도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는데 한동안 산 쪽 오솔길로 들어선다 했더니 벌써 안평전에 다다랐다. 성인봉 ..

울릉도 기행(1) 일출 전망대 외로운 낙조

첫째날, 내수전 일출 전망대에 올라...(‘05. 11. 21. 15:42) 울릉도에 도착하자마자 복잡한 도동을 피해 언덕 하나 넘어 가까운 이웃 마을 저동에 여장을 풀었다. 소박하고도 호젓한 어촌 저동의 풍경을 뒤로 내수전 일출 전망대에 올랐다. 가슴이 탁 트이는 바다 풍경, 그리고 고개들어 바라보면 우뚝 솟은 높은 산의 신비로운 그림. 그 위로 떠가는 구름, 태양. 이제 해는 서산 너머로 떨어지고 바다는 조금씩 어두운 침묵 속으로 잠긴다. 조용하다. 고요하다. 적멸! 저동항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의자에 앉아 내 삶을 의지한다. 아랫마을 개짓는 소리, 일 끝나고 들어가는 농부의 경운기 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나직한 파도소리, 그리고 침묵, 침묵, 침묵!!! 세상도 침묵하고 내 마음도 깊은 침묵에..

가을, 단풍의 도량 청량사를 거닐다

가을... 온 산이 불타고 온 자연이 불타는 계절. 내가 사는 도량도 온통 형형색색의 단풍빛으로 물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똑같은 도량이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왜 나는 이렇게 변화하는 자연의 생명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 경이로운 모습을 보지 못하며 자랐을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저마다 다르다. 이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다움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있지만 우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러면 어떻게 보았을 때 가장 대자연 본연의 모습을 우리들 가슴 속에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마음을 얼마나 비우느냐에 달려있을 것 갔다. 마음이 호젓하게 비어있으면 자연은 바로 그 텅 빈 마음 속으로 빨려들듯 무한하게 들어..

봄이 오는 다솔사, 매화피는 선암사

3월은 만물이 생동하는 달이다. 한겨울 침묵을 지키며 저마다 자신의 빛을 안으로 비추던 숲의 생명들이 봄햇살을 맞아 그 침묵을 깨고 피어오르는 계절. 이런 날은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겨울 동안의 오랜 추위와 침묵을 깨고 자연 생명의 리듬에 맞춰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떠나고 싶은 그런 때다. 때때로 이렇게 쉽게 길을 떠날 수 있는 내 처지가 그렇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 미안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요즘들어 ‘가난한 삶’이라는 것이 하나의 화두처럼 내 삶에 숙제로 다가오면서 이러한 나의 잦은 길 떠남이 가난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 같아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되묻기도 하고 또 길 위에서의 씀씀이를 최소한의 필요로 줄이고자 면밀히 살핀다.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소임이 있다 보니..

매화마을, 산수유마을, 쌍계사 순례

봄이 오는 소식이 이젠 재법 바람결에서도 느껴진다. 벌써 지난 달부터인가 봄꽃하며 봄나물 또 봄바람소식, 숲속으로부터 소리없는 소리로 봄소식을 듣는다 했더니, 지난 주 금요일에 서울 용산에 원광사를 갔다가 법당 앞 뜰에 거짓말처럼 화사하게 피어오른 매화꽃을 보았다. 저쪽 남쪽지방 지리산 아래 섬진강을 따라 매화꽃이 이제 막 시작이란 얘기를 얼핏 들었는데 거짓말이지 거짓말이지 봄꽃소식은 아랫지방부터 슬그머니 올라오는 맛이라는데 아랫지방에서도 꽃망울을 막 틔운 꽃이 이 텁텁한 서울 땅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오르다니... 뜻하지 않던 행복감에 내 안에서도 따뜻한 봄바람에 매화꽃 한송이 움트는 듯 하다. 동백과 함께 겨울 잔설을 뚫고 솟아오르는 모습이 매화의 기상을 더없이 성성하게 해 준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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