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자가 되지 말고, 구경꾼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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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가 되지 말고, 구경꾼이 되라

목탁 소리 2014. 8. 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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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음관찰 수행이 그야말로 시대를 이끄는 대세로 떠오른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마인드풀니스라고 하여 심리, 상담, 치유 쪽에서도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마음챙김 명상을 기반으로 하는 심리치유가 대세인 듯하다. MBSR로부터 시작하여, MBCT DBT ACT 등 요즘 심리상담의 제3세대 심리학의 방향이 마음챙김으로부터 촉발되었다. 제가 어떤 심리치유 교육을 받으러 가 보았더니, 이 곳이 위빠사나 수련원인지 심리치유 상담소인지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마음챙김이 세계적인 마음치유의 흐름으로 자리잡은 듯 싶었다.

 

이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말 그대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또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행복해지기 위해 마음챙김이라는 관수행을 그 수단으로 사용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 마음챙김이 잘 되고, 마음이 잘 관찰되는 날에는 수행을 잘 했다고 여겨 행복해하고, 화에 휩쓸리거나, 온갖 생각과 망상에 휩싸일 때면 마음관찰을 잘 못 했다고 여기면서 괴로워하곤 하는 것을 본다.

 

마음챙김이라고 하는 관 수행이 또 하나의 수단이 되고, 걸림이 되고, 관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마음관찰 수행은 하나의 행복해지기 위한, 혹은 평화로와지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이것은 그저 지금까지 우리가 해 오던 수많은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과 수단과 방법, 이론과 개념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아니 벗어난다는 것 또한 하나의 작위적인 노력이니 그 말도 맞지 않다. 그저 지금까지 우리가 쌓고 쌓아왔던 수많은 관념과 망상과 도그마, 논리를 세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인 것이다.

 

우리의 본 바탕은 본래면목이라고도 하고, 주인공, 불성, 일심이라고도 하는 이 자리는 닦아서 얻는 것도 아니고, 노력해서 얻는 것도 아니며, 특별한 수단이나 방법을 동원해서 깨닫는 것도 아니다. 관수행이라는 것 또한 이름이 관수행일 뿐이고, 이름이 마음챙김일 뿐이지, 관수행에 이르는 특별한 방법을 두고 관수행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관 수행은 그저 지금까지 우리가 조작하고, 개념짓고, 상을 짓고, 망상하고, 노력해 오던 모든 노력과 분별들을 그저 하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 쌓고 만들고 분별하던 노력을 그저 멈추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하던 것을 그저 하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은 또 다른 노력이나 행위가 아니다.

 

그렇기에 관수행은 잘 하고 못 하고가 없다. 관수행을 하라고 하니 많은 사람들은 오늘 하루 내가 수행을 잘 했나 못했나를 분별하면서, 잘 한 날과 못 한 날을 나누고, 잘 하면 칭찬해주고 못 하면 스스로를 비난하곤 한다. 관수행, 마음챙김, 위빠사나는 우리에게 감시자가 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감시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오히려 감시자가 아닌 구경꾼이 되는 것에 더욱 가깝다. 감시자는 잘 하는지 못 하는지를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 또한 감시하려면 잘 하는지 못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나 준거틀이 있어서, 거기에 잘 들어맞는지 그것과 맞지 않는지를 끊임없이 판단하고 단죄해야 한다. 그러나 구경하는 자는 그저 이완된 편안한 마음으로 아무런 판단도 없이 그저 즐겁게 구경만 하면 된다. 그저 바라보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구경하는 자는 흡사 여행자와 비슷하다. 여행자는 여행지에 있는 모든 낯선 환경이나 삶의 방식들에 대해 감시하거나 판단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그럴 수도 있구나 하며 구경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감시자는 잘 하고 있는지 못 하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감시해야 한다.

 

마음관찰 수행은 곧 삶을 구경하는 자와 비슷하다. 그저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고, 잘 한다거나 못 한다거나 시비를 걸지 않고, 단죄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한 발자국 떨어져, 저 언덕 위에 올라 저 아래에서 벌어지는 삶의 모습들을 그저 구경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수행을 잘 하려고 애써왔다. 마음챙김을 스스로 잘 하는지 못하는지를 감시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 모든 감시자로써의 마음챙김과 관찰을 편안하게 내려놓고, 그저 편안하게 바라보는 구경꾼이 되어 보라.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월~금, 07:50~08:0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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