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9.04 단순하게, 다만 삶을 살라






단순하게 살라.
단순하게 사는 것이 좋다.
단순한 것이 삶을 가장 분명하고 명료하게 해 준다.

우리 삶이 단순하지 못한 이유는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생각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온다.
언제 어느 때고 상관없이 쉴 사이 없이 올라온다.

그런데 이 생각이란 것이 솟아나오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언제나 과거나 미래의 것들과 연관지어 일어난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의 현재에 집중하고 있을 때
생각은 맥을 못 추고 사라지곤 한다.
그러나 과거를 들추어 내거나, 미래를 상상할 때
생각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다니면서
우리 내면을 복잡하고 정신없이 쏘 다니곤 한다.

그렇게 과거나 미래를 들추어 내어
온갖 생각의 밭에 양분을 듬뿍 뿌려 주고 나면
이제부터 우리의 마음은 정신 없이 바쁘고 복잡해 지게 마련이다.
생각하는 것들이 그대로 짐이 되고, 일이 된다.
이처럼 생각의 틀에 갇힘으로써 우리의 삶은 더없이 무겁고 버거우며
중독적으로 일에 집착하고, 짐을 버리지 못하게 된다.

언제나 해야 할 일들로 넘쳐난다.
그것도 온갖 경우의 수를 다 헤아리면서
내가 생각한 바 대로 세상을 이끌고 나가려는 욕심과 집착까지
함께 가세를 하여 우리의 삶은 단순함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만다.

생각이 많으면
정신이 복잡해지고 곧 삶도 함께 복잡해진다.
복잡하고 정신 없는 삶은 곧 내면에 틈새를 만들어낸다.

작은 틈 하나가 점점 더 커져 큰 둑을 터지게 하듯이
그 틈새를 비집고 욕망과 집착 그리고 온갖 소유욕들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의 삶은 복잡성이 그 밑바탕을 이루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복잡하고 정신없으며 바쁘게 살다 보니
이제 그렇게 사는 것이 정상인이고
단순하고 명료하며 느리게 사는 사람은
무능하고 시대적 감각에 뒤쳐지는 못난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언제나 진리의 편에는
단순성과 명료성이 그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인류의 수많은 성인의 삶에는 단순함과 그로인한 명료한 지혜가 반짝이고 있다.



단순함과 명료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오직 찰나 찰나로 순간만을 사는 것이다.
지금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바로 이 현실,
지금 여기의 이 삶만을 살아 나가는 것이다.

다른 시간을 다른 공간을 살 필요도 이유도 없지 않은가.
왜 지금 여기라는 생생하고 직접적인 삶을 놔두고
다른 과거나 미래의 다른 공간의 삶을 피상적으로 뒤척이고 있는가.

물론 때로는 과거를 뒤척이는 것이 위안을 줄 때도 있고,
따뜻한 미소를 머금게 할 때도 있으며,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삶을 더욱 열심히 살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과거나 미래에 속게 되는 것이다.
분명 그것은 속임수에 불과하다.
꿈이 가져다 주는 속임수.

간밤에 단꿈을 꾸었다면 우리는 그 꿈으로 인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꿈이요 환상에 불과한 것일 뿐이지 않은가.
왜 우리가 직접적이고 생생한 깨어있는 현실을 놔두고
꿈에 얽매이고, 꿈의 달콤함에 젖어 현실의 삶을 덜 살아가야 하는가.



과거나 미래를 살아갈 시간에
현재라는 순간을 더 깊이 있게 진하게 사는 것이
모든 명상과 수행의 핵심이다.

우리가 현재에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면서
과거나 미래로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바로 생각이다.
우린 누구나 생각의 배를 타고 끊임없이 과거나 미래로 휩쓸리고 있다.

생각의 활동무대는 주로 과거 아니면 미래와 연관되어 있다.
그렇기에 오직 ‘지금 이 순간’에 깨어있는 정신으로 주의집중하게 되면
과거나 미래를 휘젓고 다니던 생각은 곧 사라지게 된다.

일 주일 후에 있을 레포트 발표와
한 달 후에 있을 중요한 고객과의 미팅과
일 년 후에 있을 시험이며 진급 발표며
몇 십 년 후에나 있을 안락한 노후준비를 위해
왜 지금 이 순간을 허비하며 정신없이 살아야 하는가.

훗날 있을 그 모든 일들을
왜 지금부터 끌어안아 고민하고 걱정하며 온갖 그로인한 생각들로 휩싸여야 하는가.
그렇기에 우리의 삶이 복잡하고 정신 없으며 항상 일이 많은 것이다.
실제 삶을 가만히 살펴보면 ‘지금 여기’라는 현실은 별로 일이 없다.
그다지 할 일이 많지 않다.

다만 내 앞에 주어진 일을 하면 될 뿐이다.
현실에서 주어진 그것을 그냥 하면 된다.
거기에 무슨 많은 생각이 필요한가.

우리의 생각이 온갖 마음의 일을 만들어 내고 있을 뿐이다.
생각은 늘 과거나 미래를 쏘다니며 온갖 일들을 붙잡고 온다.
그 중에 거의 대부분은 쓸데 없고, 필요 없는 짐인 경우가 많다.

꿈이 그렇듯, 과거나 미래가 그렇듯
생각은 환상이며,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생각이 나라고 착각하는 것이 생각의 실체성에 힘을 실어 주곤 한다.



생각은 내가 아니다.
판단이나 견해도 내가 아니다.
그것은 다만 수많은 파편들 중 하나 일 뿐이다.
그 수많은 편린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기로 마음 먹어 놓고는
그 생각이 바로 나라고, 그 생각이 옳은 것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것일 뿐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했다고, 그 생각이 ‘내 생각’으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인연따라 상황따라 언제나 생각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다만 인연의 조화에 따른 생각일 뿐이지
그것이 곧 ‘내 생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일어나는 생각들을 잘 지켜보고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 대해 ‘좋다’ 혹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은 생각의 장난일 뿐,
그 상황 자체는 좋거나 나쁜 어떤 것이 아니다.

과거나 미래의 허한 양분을 빨아들여
나를 지배하려고 애쓰는 생각의 감옥에 갇히지 말라.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다거나,
생각으로 모든 일을 해 낼 수 있다고 믿지 말라.

생각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생각은 우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정신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명료한 삶의 지혜를 놓치게 한다.

사람들은 생각 하나를 가지고
천상으로 지옥으로 얼마나 자주 왕래를 하곤 하는가.
스스로 만들어 낸 생각의 감옥에 갇혀
꼼짝 달싹 못하며 생각 속의 지옥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우리는 내 눈 앞의 현실을 놓치게 된다.
깨어있음이라는 ‘지금 여기’의 빛을 놓치게 된다.

그렇다고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미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생각에 얽매이고 생각의 감옥에 갇히지 않으면 된다.
생각이 일어나면 다만 그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라.
생각을 없애려고 애쓰지 말고 그대로 두고 다만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라.



보통 사람들은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온갖 지식들을 총 동원하고,
과거의 기억과 경험들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 등을
생각이라는 도구로 이리저리 끼워맞추고 조합함으로써
가장 명확한 일 처리를 할 수 있다고 믿는 듯 하다.

그러나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방법은
오히려 생각을 놓아버리고
다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에크하르트 톨레는 ‘고요함의 지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혜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존재의 심연에는 이미 지혜가 있다.
그것을 끌어다 쓰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그저 앞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에 전념(專念)하면 된다.
전념은 원초적 지혜이며 순수의식 그 자체이다.”

우리 내면의 깊은 심연에서 나오는 고요함의 지혜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지금 여기’라는 현재에 깨어있는 주의집중을 통해서 나온다.
전념이란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을 주의집중하여 알아차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직 내 눈 앞에 있는 현실을 살게 될 때
그저 현실만을 살아가면 된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온갖 지식들과 생각들을 동원하는 것은
오히려 삶을 번거롭고 정신 없게 만들 뿐이다.

다만 내 앞에 있는 그것만을 하라.
내일 일을 미리부터 걱정하지 말라.
이미 지나 간 일을 끄집어 내어 생각하지 말라.

물론 꼭 생각을 써야 할 때가 있다면 생각을 사용할 수 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멍하니 살라는 말이 아니다.
아니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생각에 얽매이거나 집착하지 말고
그 생각을 ‘나’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여기에서도 ‘응무소주 이생기심’의 원칙이 통한다.
마땅히 생각을 일으키되 그 생각에 머물거나 집착함이 없이 생각을 일으키란 말이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살라.
생각으로 살지 말고 온 존재로써 살라.
온 존재가 그대로 직접 삶과 부딪치라.
내 앞의 현실만을 직접적으로 생생하게 살게 될 때
우리 내면에 숨겨져 있던
단순함과 명료함의 지혜는 비로소 깨어나게 된다.

우리의 삶이 한없이 단순해 진다.
단순해 지면서 또렷해 진다.
삶을 사는 것 그 자체가 그대로 지혜의 움직임이 된다.

맑고 쾌청한 가을 하늘처럼
삶을 다만 살기만 하라.




Posted by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