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따라 여행가기'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상주 대원정사 일요법회(13:30), 부산 목탁소리 토요법회(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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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따라 여행가기 28

오대산 적멸보궁을 오르며

마음 속에서 이따금씩 그리움이 피어오를 때, 또 내 스스로 만들어 둔 틀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속 뜰의 얽매임을 볼 때, 그럴 때면 이것 저것 따질 것 없이 길을 나선다. 길을 나선다는 것은 단순히 몸뚱이를 낯선곳으로 옮겨간다는 그런 일차적인 의미뿐 아니라, 내가 만들어 놓았던 틀 속에서 자유롭게 벗어나고 깨고 나오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우린 늘상 스스로를 얽어매고 산다. 이렇게 얽어 매고 저렇게 얽어 매고, 제 스스로 그렇게 얽매도록 해 놓고서는 세상살기가 괴롭다고 답답하다고 하소연한다. 매일 매일 몇 가지씩, 또 몇 십가지씩 스스로를 얽매는 관념의 사슬들을 만들어 간다. 그건 말 그대로 제 스스로 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때때로 그 틀 속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매 순간 ..

가을, 설악산 단풍 산행

일요일 오후... 법회가 있어 마치고 오는 길에 문득 하늘을 보았다. 높디 높고 맑디 맑은 가을 하늘... 그리고 고개를 돌려 산을 바라보는데 울긋불긋 예쁜 단풍으로 온통 물들어 있는 모습이 내 마음을 더없이 설레게 한다. 난 왜 이리도 잘 설레는지... 가만히 평범한 하루를 보내다가도 문득 고개들어 주위를 좀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되면 온통 셀레는 것, 행복한 것들이 내 마음 속으로 밀려든다. 늘상 주위야 보고 살지마는 나에게 ‘문득 고개 들어 주위를 바라본다’는 것은 보통 이래 저래 바쁜 생활과 일들 또 생각들 머릿 속을 꽉 채우고 있는 온갖 분별들이며 스케줄들을 어느 순간 문득 다 비워 버리고 좀 더 관심어린 시선으로, 좀 더 따뜻하고 텅 빈 시선으로 주위를 바라보았을 때를 말하는 것. 누구든 마음 ..

지리산 빗길 산행 - 비오는 산길을 홀로 걷는 즐거움

그날 밤 많은 비가 내렸다. 쏟아지는 비소리, 또 빗방울이 숲 위로 내려 앉는 소리가 다소 거칠어 몇 번을 잠에서 깨어났다. 하기야 산사에서 살다보면 이따금 한밤 중 잠에서 깰 때가 있다. 주로 늦은 녘 울려오는 둔탁한 전화 소리이거나 아기 울음 소리 비슷한 도둑고양이 소리인데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똑같이 잠에서 깨더라도 혹 그로 인해 잠을 조금 설치더라도 기분 좋게 두 눈 뜨고 일어나 잠시나마 맑은 정신으로 앉아 있을 때가 있다. 바로 그날 새벽녘처럼 조금 거칠더라도 시원스런 빗소리가 이 청청한 산사를 맑게 씻어내리는 바로 이런 때. 한밤중 빗소리에 눈을 뜨고 일어나면 내 안의 뜨락에도 맑은 비가 내리는 듯 하다. 한 밤 중 비 소리에 잠을 깨고 일어나 앉아 보셨는지... 그 웅숭깊은 도량..

제주도 푸른밤, 한라산 산행

제주도... 누군가에게는 그러지 않겠느냐마는 왠지 모를 아련하고 알싸한 낭만과 설레임이란 단어가 가슴 속을 포근하게 감싸는 곳... 제주... ‘제주도 푸른밤’이라는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이 노래를 들으며 두 눈을 감고 있자니 얼마전 다녀왔던 제주도의 그 바다며 한라산에서 내려다 보이던 그 제주의 풍경이 그대로 그려진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버리고 제주도 푸른밤 그별아래 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기 우린 싫어요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 하늘 아래로 떠나요 둘이서 힘들게 별로 없어요... 그동안 우리는 오랫동안 지쳤잖아요.” 이 노랫말 가사처럼 온전히 저 바다며 산이며 대자연을 느껴볼 수 있도록 모든 것 훌훌버리고 마음을 맑게 비..

지리산 기행(2) - 벽소령에서 천왕봉

셋째날, 17:15 벽소령에 다시 해가 뜨고... 엊저녁 처럼 오늘 새벽 난 여전히 이렇게 산장에서 조금 떨어진 한 켠 언덕에 자리를 잡고 앉아 어제 지던 해를 다시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산위로 떠오르는 해를 가만히 앉아 마주하려니 그 감흥이 가슴 깊은 곳을 퍽퍽 쳐 댄다. 왼쪽 산봉우리에서 해가 조금씩 떠오르고 오른쪽 산장에선 길떠날 사람들로 분주하다. 계속 그래왔지만 오늘은 특히나 여유가 넉넉한 날이다. 벽소령에서 장터목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4시간, 쉬엄 쉬엄 걷고 쉬고 해도 5-6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라고 한다. 덕분에 이 언덕위에서 차분히 아침 시간 좀 보내고 사람들의 출발 행렬이 끊어질 무렵 느즈막이 아침밥을 해 먹고 떠날 생각에 있다. 이렇게 앉아 산 사람들 움직임을 보면 또다른 흥겨움을 느낄..

지리산 기행(화엄사에서 벽소령까지)

첫째날, 8:00 화엄사 각황전 아래... 새벽에 구례구역에 도착하여 아침공양을 하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님께서 오늘 아침이 가장 추운 날이라고, 첫 서리가 왔고, 노고단에는 첫 얼음까지 얼었노라고 말씀해 주셨었다. 그렇지만 지금, 새벽 추위는 이 지리산 하늘 위로 따스한 햇살을 받아 다 녹아내렸다. 화엄사 경내, 조금 전 산위로 햇살이 떠오르고 화엄사 도량을 맑게 비추고 있다. 여유 있게 산을 마주하려고 긴 일정을 잡았더니 마음부터가 아침 바람을 타고 편안하게 산들거린다. 저 화엄사 돌담 아래 피어난 이름모를 눈부신 꽃송이 처럼... 산을 오르고 내리는 데 목적이 있다 보면 빨리 올라야 하고, 또 오르면 내려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다만 이 순간 걸을 뿐이고, 그대로 느낄 뿐이면 걸으면서도 이미 정상..

눈덮인 태백산과 외로운 산사

지난 해 겨울, 주섬주섬 챙겨 청량 리 역으로 나갔다가 태백행 밤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타 보는 밤기차. 아직 어둔 밤 태백역 내려 목욕탕에서 잠시 예불좀 하고 이른 아침 불켜진 식당에서 공양도 하고 태백산 새벽 첫 버스에 올라탔지 요. 첫 차이기도 하 고 영동지방 폭설 소식 때문이기도 하겠고, 지금 창밖으로 펑펑 나리는 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버스 안은 조용 ~ 설악산에 신 흥사로 봉정암에서 오세암 백담사로 휘휘 둘러 참배하고 오려고 했었는데 폭설 소식에 입산 금지라고 하여 아쉬운 발길 돌리 다 보니 이 버스 한 켠으로까지 밀려 왔습니다. 유일사 매표소 에 내리니 펑펑 내리는 눈에 산으로 난 발자국이 별로 없어 낯설다 는 것 빼고는... 얼마나 아름다운 설경인지... 눈덮인 산 속..

뒤늦은 동백꽃 여행

한번도 만나보지 않았고 한번도 가보지 않았을 지라도 왠지 모를 아련한 향수를 지니고 있는 것이 있다. 내 삶의 기억에서 그 어떤 추억거리를 만들어 준 것도 없고 그렇다고 많이 배워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싸~해지면서 조금은 외로운 또 조금은 아련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 것. 이를테면 대학시절의 지리산이 그랬고, 또 지금에는 인도가 그런 곳이며, 강원도 정선이라던가, 전라도의 해남 같은 곳이 그런 곳에 속한다. 그런데 또 하나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내 가슴을 설레게 해 주던 꽃이 하나 있다. 그게 바로 동백꽃... 그냥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거니와 언젠가 기차 안에선가 잡지책에서 보았던 하얀 눈 속에 붉은 동백의 사진이 더욱 내 가슴을 들뜨게 해 준 기억이 있다. 사실 이번 ..

인도 델리 배낭여행의 황당한 첫 날

8월 28일 오후 6시 인천공항 출국수속을 마치고 인천공항의 거의 끝자락에 위치한 인도행 비행기 탑승 게이트에 앉아 깊은 감회에 빠진다. 아, 드디어 떠나는구나. 저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오고 가는 비행기들과 비행기 너머로 붉게 떨어지고 있는 노을도 내 마음을 아는지 뜨겁게 그러나 엄숙하게 대지를 비추고 있다. 28일 오후 늦게 출발하여 현지 시각으로 같은 날 밤 11시 50분에 델리 도착. 많은 인도 여행 가이드북이나 여행기 그리고 인터넷에서 찾아 본 자료를 종합해 보면 대부분의 여행자에게, 주로 밤 늦게 인도 델리 공항에 도착하면 공항 밖이 많이 위험하니 공항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새벽에 출발하라고 하는 간곡한 권고가 천편일률적으로 나와 있다. 나 또한 그 권유를 따르기로 하고 공항 안의 의자 한 ..

1박2일, 울릉도 일몰과 일출

나리분지에서 민박집 어르신이 일어주신 산마을 식당에 들러 울릉도에서 난 산채들로만 만들었다는 산채비빔밥을 시켰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산채들이 풍성하게 한 그릇 가득이다. 주인 아주머님 인심은 또 얼마나 좋은지, 밥이며 산채며 반찬들이 전통 한정식 저리가라 하고 많이 나오는데다 민박집 어르신 얘기를 했더니 이 곳의 자생인 천궁, 호박, 더덕 등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씨앗주라는 곡차도 한 사발 내어 주셨다. 늦은 점심을 먹고는 터벅터벅 바닷가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고갯길을 오르니 나리분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1시간 남짓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을 걷다보니 시원스런 바다와 거친 파도가 가슴을 뻥 뚫어준다. 그리고 바닷길 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산에서 바다 쪽을 향해 약간 기울어 진 듯 보이는 육중한 바위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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