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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상주 대원정사 일요법회(13:30), 부산 목탁소리 토요법회(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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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6

4,800m 히말라야 각국 등반대원들의 묘비를 지나며

고독과 침묵 속의 새벽길 드디어 오늘부터는 모든 고산에의 적응을 마쳤다고 보고 한없이 원 없이 오르는 날들이 남아있을 뿐이다. 안나푸르나도 다녀왔고, 물론 그 전에 인도 북부의 라다크, 판공초에서 5,000고지를 몇 번 넘어도 봤고, 또 이렇게 지금껏 일주일 동안 5,000고지 이상을 오르기 위한 느릿느릿 고산적응 산행을 계속 해 온 터다. 이제 본격적으로 고도를 올리며 내가 가야 할 바로 그 곳들을 두 발로 휘적휘적 걸어올라 줄 차례다. 첫 새벽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이른 청신(淸晨)의 길을 나선다. 어제 출발하던 바로 그 언덕길을 걸어올라 이제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 어제처럼 오늘도 타보체피크, 촐라체, 아라캄체, 니제카 피크, 로부체피크 등의 봉우리들이 내가 가야 할 방향 앞으로 병암(屛巖)처럼 그 ..

인도 델리 배낭여행의 황당한 첫 날

8월 28일 오후 6시 인천공항 출국수속을 마치고 인천공항의 거의 끝자락에 위치한 인도행 비행기 탑승 게이트에 앉아 깊은 감회에 빠진다. 아, 드디어 떠나는구나. 저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오고 가는 비행기들과 비행기 너머로 붉게 떨어지고 있는 노을도 내 마음을 아는지 뜨겁게 그러나 엄숙하게 대지를 비추고 있다. 28일 오후 늦게 출발하여 현지 시각으로 같은 날 밤 11시 50분에 델리 도착. 많은 인도 여행 가이드북이나 여행기 그리고 인터넷에서 찾아 본 자료를 종합해 보면 대부분의 여행자에게, 주로 밤 늦게 인도 델리 공항에 도착하면 공항 밖이 많이 위험하니 공항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새벽에 출발하라고 하는 간곡한 권고가 천편일률적으로 나와 있다. 나 또한 그 권유를 따르기로 하고 공항 안의 의자 한 ..

에베레스트 트레킹 누구나 떠날 수 있다 - 아마다블람을 벗삼아

이틀 머문 남체에 벌써 정이 든 것인지, 발걸음을 떼려니 꽁대와 남체바자의 풍광이 시선을 잡아 끈다. 매 순간 순간의 현실에 나를 활짝 열어 둔다. 진정 열려있음이란 어떤 것인지를 비로소 진하게 느낀다. 이 대자연의 모든 것이 그 어떤 걸러짐도 없이 파도치듯 안으로 밀려들어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그것들을 받아들여 충분히 느끼는 것 뿐이다. 남체에서 텡보체(Tengboche, 3860m)까지의 첫 번째 구간은 어제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서 보았던 바로 그 길로 두세 시간 동안 계속해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웅대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아! 이것은 자연이 만들어 내는 장엄한 예술작품이요 엄중한 오케스트라이고 설산의 대서사시다. 발걸음과 호흡과 눈에 비친 대자연이 투명한 조화를 이루며 하나가 되..

에베레스트의 관문, 남체바자 꿈속 풍경 - 에베레스트 라운딩(5)

이제 본격적으로 설산의 초대를 받는 것인가 싶어 마음을 다시한번 추스르며 삼보일배를 올리는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조붓한 발걸음을 옮긴다. 탐세쿠, 캉테가(kangtega) 영봉들이 연이어 마중을 나오고 설산의 빙하가 녹아 흘렀을 남빛 계곡물이 길벗이 되어 흐르며, 이 믿기 힘든 풍경 위로 그림 같은 아름다운 계곡마을이 펼쳐진다. 아! 이것은 한 폭의 그림, 어찌 이 속에 애살스럽고 어루꾀는 천박한 사람들이 살 수 있겠는가. 그를 애워싸고 있는 둘레 환경은 곧 자기의 분신처럼 업의 투영으로 그곳에 있는 것이다. 내 주변에 사기꾼이 많다면 그것은 곧 내 마음에 사기의 업이 있는 것이고, 내 주변에 나를 돕는 이들이 많다면 나의 마음 한 켠에 이타심이 춤추기 때문이다. 내가 살면서 만날 수 있는 그 어떤 사..

지리산 산행기, 비오는 산길을 홀로 걷는 즐거움

지리산 주소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922-8 설명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며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산악형 국립공원 상세보기 그날 밤 많은 비가 내렸다. 쏟아지는 비소리, 또 빗방울이 숲 위로 내려 앉는 소리가 다소 거칠어 몇 번을 잠에서 깨어났다. 하기야 산사에서 살다보면 이따금 한밤 중 잠에서 깰 때가 있다. 주로 늦은 녘 울려오는 둔탁한 전화 소리이거나 아기 울음 소리 비슷한 도둑고양이 소리인데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똑같이 잠에서 깨더라도 혹 그로 인해 잠을 조금 설치더라도 기분 좋게 두 눈 뜨고 일어나 잠시나마 맑은 정신으로 앉아 있을 때가 있다. 바로 그날 새벽녘처럼 조금 거칠더라도 시원스런 빗소리가 이 청청한 산사를 맑게 씻어내리는 바로 이런 때. 한밤중 빗소리에 눈을 ..

루클라에서 팍딩까지 - 에베레스트 라운딩(2)

쿰부롯지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데 롯지의 인터넷방 주인인 듯한 젊은 여자분이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알고는 말을 걸어온다. 미리 한국 사람을 보면 물어보려고 준비한 듯한 메모지를 가져와서는 몇몇 기초적인 영어 인사말을 한국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영어 발음으로 적어 달라고 한다. “잘 지내고 있나요?”,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따위의 대충 짐작 갈 만한 사연의 글들. 그러면서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남자친구가 한국사람이라고 한다. 어쩌다 한번씩 전화 통화를 하는데 한국말로 안부를 묻고 싶었단다. 그녀의 얼굴에 그리움이 묻어난다. 그가 희말라야를 찾았을 때 잠시 만났는데 대번에 둘은 서로에게 반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도 짧았고 그리움은 너무도 길다. 그를 본지가 언제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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