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자꾸만 꼬이고, 괴롭고, 답답한가? 지금이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인가? 괴로운 일들이 몇 가지고 겹쳐서 나를 미치게 하는가? 잘 되었다. 지금이 바로 삶의 경이로운 반전이 시작될 시점이다. 내 생에 가장 큰 공부가 곧 시작될 것이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의 깊게 삶을 지켜보라.

 

‘이럴 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고민만 하지 말고 주의 깊게 마음을 지켜보라. 내 앞에 펼쳐지는 삶을 해석하거나 분별하지 말고 전체적으로 지켜보라. 지켜보는 관조(觀照)가 예민해지고 깊어지는 순간 마음의 메시지를 들을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불현듯 어떤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기도를 하고 싶을 수도 있고, 절을 하고 싶을 수도 있고, 아니면 무언가를 저질러 볼까 하는 생각이 일어 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만 그것을 하라.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다만 매 순간순간 주어진 삶을 살라. 운이 좋다면 삶의 엄청난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알아챌 수도 있다.

 

언제나 그렇듯 기적은 아주 사소하게 우리 삶에 등장한다. 진리도 그렇고, 변화도 그렇고, 깨달음도 그렇고, 언제나 정점을 지나는 일은 놀라울 만큼 조용하고 차분하고 미세하게 다가온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 삶에 엄청난 진리가, 부처가, 신이 봄바람이 불듯 그렇게 살며시 왔다가 살며시 몇 번이고 우리 존재를 스쳤을 터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깊은 관찰로 삶을 지켜보아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삶의 역경과 혼란을 타고 진리는 온다. 삶이 비탈진 내리막에서 뒤집혀 막 내동댕이쳐지고 있을 때 도리어 삶의 획기적인 변화가 소리 없이 찾아온다. 이처럼 불안과 혼란과 위험과 역경은 모두 우리를 더욱 더 내면 깊은 곳에 뿌리내리게 하고, 존재의 깊은 심연(深淵)에 이르게 해 주는 영적인 동반자요 도반 같은 것이다. 역경(逆境)이 없고 순경(順境)만 있는 삶이란 그것이 곧 가장 큰 역경이다.

 

우리의 삶이 역경과 순경, 편안과 불안, 긴장과 이완이 반복된다는 것은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니다. 또한 여간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것이 삶의 속성이요, 진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다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좋고 싫게 받아들이고, 집착과 미움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다만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대로 그저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지 않고 불안과 위험을 버리려 애쓰고, 행복과 편안과 순탄한 삶만을 바라기 위해 애쓴다면 그 때부터 삶은 그대를 외면하고 심지어 파멸시켜 버릴 것이다. 그런 사람은 삶을 온전하게 살아 낼 수가 없다. 온전한 삶이 그대를 비켜가기 때문이다.

 

사실 수행의 길, 명상의 길, 영적인 구도의 길이라는 것 또한 괴로움이 없고 항상 즐거움만 있는 그런 길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명상을 하면 괴로운 일이 사라지고, 장애가 사라지고 항상 즐거운 일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오히려 구도의 길 위에는 온갖 가시밭길이 놓여 질 수도 있고, 일반인들 보다 더 큰 아픔과 좌절과 슬픔을 겪어야 하는 수도 있다. 아픔과 괴로움을 대항해 싸우려 하지도 도망치려 하지도 않으니 오히려 그들이 물밀듯 밀려들어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구도의 길을 돕기 위한 법계의 배려요, 신의 사랑이고, 붓다의 자비이다. 지혜로운 이는 문제 속에서, 아픔과 좌절 속에서 붓다의 자비로운 이끎을 보고 신의 사랑스런 도우심을 본다.

 

그래서 때때로 구도의 길을 걷는 이들은 자신을 단련시키기 위해 일부러 괴로운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더욱 공부의 한 가운데로 몰아넣고 자신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런 괴로운 상황 속에서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지켜본다. 실제로 티베트에서는 수행을 시작하기 전에 괴로움을 청하는 축원을 암송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 수행을 통해 지혜와 자비와 인내와 정진을 성취하는 것이다. 이럴 진데 우리의 삶 앞에 펼쳐지는 그 어떤 괴로움이 생겼다고 아파하고 좌절하고 회피하고 투쟁을 할 필요가 무엇인가. 오히려 그 때를 소중한 공부의 기회로 알아야 한다. 내 삶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내 정신의 지평이 한층 넓어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알아야 한다.

 

Posted by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