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뒤쳐진다는 생각이 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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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스님 즉문즉설

나만 뒤쳐진다는 생각이 들 때

목탁 소리 2014. 4. 2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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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군에 있다 보니, 남들은 나보다 앞서가는 것 같은데, 나만 너무 뒤쳐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TV에 나오는 젊은 연예인들을 보더라도, 저 사람들은 저 어린 나이에 벌써 성공하고 앞서가는데 나는 지금 뭐하고 있지 하는 자괴감이 들곤 합니다. 주변에 장병들 가운데에도 전역 이후에 할 일이 정해져 있거나, 미래의 꿈이 확실한 사람은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공부하거나, 노력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아직 아무 준비도 없고,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도,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앞날이 희뿌옇게 느껴지고 무언가 분명히 정해진 게 하나도 없어, 답답합니다.

 

[답변]

 

예, 그 마음 충분히 공감이 가네요. 저 또한 대학 다닐 때 딱 그랬었거든요.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삶에서, 특히 젊은 시절에 뭐든지 다 정해져 있고, 길이 나 있어서 그 길로 가기만 하면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 누구라도 고민하고, 답답해하면서,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는 그런 순간들을 겪곤 합니다.

 

사실 그런 답답하고 정해진 것 없이 고민하는 그런 순간이야말로 젊음이 젊음일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특성 아닐까요? 바로 지금은 그렇듯 답답하고 정해져 있지 않아 고민하고 힘겨워하는 그런 시기인 것입니다. 누구나 그런 시기는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런 기간이야말로 삶의 숙성기간이며, 자신이 익어가는 시기라고 봅니다. 그런 혼돈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야말로 젊은 시기에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시기를 전혀 보내지 않고, 처음부터 모든 것이 다 정해져 있고, 확실하며, 그저 길을 따라 순탄하게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만약 10년 후는 어떻게 될 것이고, 20후는 어떻게 될 거라고 다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면 그런 삶이야말로 아무런 감동도 없고, 성취도 느끼지 못하며, 생명력이 손실된 무기력한 삶이 아닐까요?

 

사실 우리 삶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것은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런 시기를 거부하면서, 힘들다고 비껴가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젊음에 대한 직무유기일 것입니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빨리 결정하고, 빨리 정해지고, 빨리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고민하고 준비하며 불확실성 속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속도를 내는 시기가 아니라, 방향을 정하는 시기인 것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삶의 방향을 정할 때는 속도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이미 정해진 대로만 생각하게 된다면, 동서남북 어디로도 펼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한정되고 축소되고 말 것입니다.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야 하는 동료를 보면서 부러워할 필요는 없지요. 그건 그 사람의 독자적인 삶의 방식일 뿐, 나와는 상관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지요.

 

군생활은 어쩌면, 초중고등학생 때까지 공부에만 메달려 속도전을 방불케하던 삶의 방식을 잠시 내려놓고, 멈추어 서서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들과 비교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늦게 간다고 조바심 낼 것도 없습니다. 나에게는 나만이 할 수 있는 나다운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확실한 혼돈의 상황이 일어나도록 허용해 주는 것이고, 그 속에서 잠시 머무는 것입니다. 그런 혼란과 고민과 불확실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보세요. 고민과 혼란의 시기를 거부하지 말고, 허용해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 모든 마음의 상태를 인정하고 허용한 채 그저 매 순간 일어나고 있는 일에만 마음을 기울여 보세요. 앞으로 남은 인생 전체를 지금으로 가져와서 공연히 고민하기 보다는, 그저 지금 눈 앞에 있는 군생활 그 자체에 에너지를 집중해 보세요. 그렇듯 그 혼란과 불확실성과 그런 현재의 삶을 허용할 때, 저절로 여러분 내면의 붓다, 내면의 지혜가 깨어나 어느 순간 스스로 가야할 삶의 방향을 깨닫게 해 줄 것입니다. 여러분 자신을 신뢰하세요. 여러분 안에는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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