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남친과 헤어질 것 같아요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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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스님 즉문즉설

스님, 남친과 헤어질 것 같아요

목탁 소리 2011. 9. 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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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너무 답답해 절에도 가고 마음을 비우려 아무리 노력해 보아도

답답하고 숨 막히듯 콱콱 막히는 가슴이 쉽게 비워지지가 않네요...

낮에는 일 땜에 정신 없어 잠시 생각을 안하게 되니 마음이 좀 괜찮다가도..

밤만되면 오만가지 생각에 잠 못이루고 요새 너무 힘이듭니다..

 

처음부터 사랑은하지 말 걸 그랬나봅니다..

남친과는 오랜 친구 사이였는데 재작년 서로 좋아 하는 마음을 확인하고

약간의 고민과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어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마음도 잘 맞고 2년 가까이 다툼 없이 너무 잘 지내 왔습니다..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아껴주며 정말 싸움 한번없이 너무 잘 지냈어요..

그러던중 남자친구가 갑자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개인 사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사업 준비하면서 고민도 많이하고 잘 될까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남친을 위로하며 다독여주고 잘 될거라고 응원해주며

오픈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난주 갑자기 남친이 일 하게 되면 자주 못 만나게 될거라며 여행도 못가고 산에도 자주 못가고 괜찮겠냐며..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걱정이 태산이라며....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머리가 너무복잡하다며..

전 괜찮다고 내 걱정은 말고 당분간은 일에만 열중하라고 했어요.. 속으론 자주 못만나게 될테니까 아쉬움이 많았지만

남친의 미래를 위해 .. 그렇게 위로해주고 전 괜찮다고 신경쓰지 말라 했는데

심적으로 많이 부담이 됐는지 자긴 성공해야한다며 서로 마음을 조금씩 비우자 하네요..

서로 아직 좋아하는게 확실한데.. 남친도 사랑하는데 보내줘야 할수 밖에 없는 입장을 조금만 알아달라며....

 

사랑하는데 헤어져야 하나요? 저보고 조금씩 천천히 서로에대한 마음을 비우자고 합니다..

다시 친구처럼 지내자고요.............. 서로 울며 헤어졌어요.. 그러곤 남친이 매일 문자 옵니다..

걱정된다며 밥 잘 먹고 있냐고... 안부문자가요......ㅠㅠ

 

붙잡고 싶었지만 그 사람의 미래를 위해 놓아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어 알았다고 했는데

몸따로 머리따로 마음따로 .. 다 따로노네요.. 아직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큰데..

이대로 보내줘야만 하는지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드네요..

 

사랑땜에 아픈건 사치라고 그냥 잊어버리라고 하지만 마음을 쉽게 비우기가 힘이듭니다..

그냥 처음부터 친구로 지낼걸.. 하는 후회가 드네요....

108배 참회기도도 올려보지만 눈물만 흐를뿐이네요..

너무 우울한 나날들... 저 어떻게 해야할까요??

 

[답변]

 

안녕하세요.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겠네요.

먼저 힘 내시기 바랍니다.

 

그 마음, 그 감정, 그 우울하고 슬프고 안타까운 날들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우선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여 보시기 바랍니다.

 

마음에서 먼저 활짝 열려 있어서 받아들이는 수용의 상태가 되어야만

이 우주법계에서도 도울 수 있는 손길을 내밀어 줄 것입니다.

아니, 세상의 수많은 도움은 언제나 있지만,

마음이 그 사건, 그 슬픈 일들로 인해 꼼짝달싹 못하게

사로잡혀 있게 되면,

무한한 도움과 자비와 지혜를 받을 수 없는

비좁은 의식의 감옥에 갇혀 버리고 말기 때문입니다.

 

먼저 받아들이고, 용서를 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상황에 대한 수용과

상대방에 대한 용서가 선행이 되어야만 합니다.

 

이 상황은 상대방의 잘못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의 잘못도 아닙니다.

다만 계절이 흐르는 것과도 같은 인연의 흐름일 뿐,

다른 것이 아닙니다.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미워하지 않고 용서할 때,

이 상황이 주는 삶의 의미와 깨달아야 할 것들을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게 될 것이고,

이 우주법계의 자비롭고도 지혜로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의 이 상황을 아파하고, 괴로워하며, 슬퍼하기만 하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날 묘수를 찾으려 하기 보다는,

잠시 이 상황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세요.

잠시 이 감정적 어려움, 슬픔, 아픔이라는 부분들과

함께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자신에게 선물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 그것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행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며,

최상의 명상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이 상황과 함께 있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받아들이는 수용이며,

참된 용서도 거기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분명히 지금 이 힘든 상황은

우주법계의 분명한 인과적인 이유가 있어서 온 것일 것입니다.

그것을 받아들여 수용해야지만 이 상황은 빨리 흘러갑니다.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지속될 뿐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 스스로 이 세상에 우뚝 설 수 있는

중심이 서게 될 것입니다.

 

외부적인 어떤 좋은 조건 속에서만 행복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행복하고,

그 사람을 통해서만 삶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 조건, 상황, 사람이 아닐지라도,

그저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내면의 힘이 생겨납니다.

 

어쩌면 지금 이 상황이 법우님에게

그런 스스로 일어설 수 있고,

스스로도 행복할 수 있으며,

삶 위에 우뚝 설 수 있는 자립과 주인의 의식을 일깨워주기 위한

방편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으며,

혹은 남자친구에 대한 보다 진하고도 참된 사랑,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하기 위한,

혹은 이 역경의 경계를 통해 더욱 성숙해 지며,

사랑도 더욱 커지도록 해주기 위한 공부로써 나타났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설명은 해 보지만,

그 우주법계의 더 큰, 더 깊은 차원의 의미들을

우리의 인식과 생각으로는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내맡기고,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고,

잠시 함께 있어 줌으로써

이 순간에 깨달아야 할 소중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힘 내시고,

거부하지 말고,

잠시 그 상황과 함께 계셔 보세요.

함께 있으면서, 그것을 충분히 느껴 보세요.

그 느낌, 그 감정, 그 슬픔을 충분히 알아차려 보십시오.

그것이 바로 명상이고,

삶을 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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