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일이 힘든데, 바라는 기도를 해도 될까요?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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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스님 즉문즉설

남편 일이 힘든데, 바라는 기도를 해도 될까요?

목탁 소리 2010. 11. 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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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남편하는 일이 너무 힘이 듭니다 .부처님 앞에 일 잘되게 해달라고 하기가 죄송스럽지만 집에 와서 남편과 아이들 얼굴을 보면 부처님께 내 욕심을 담은 기도를 하고 싶기도 합니다. 바라는 기도, 기복적인 기도를 해도 될까요?

기도를 한다는 것은 무언가 세속적인 빌 것이 있다는 말인데, 사실은 빌게 되면 오히려 그것을 얻지 못하게 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 하는 일이 잘 되게 해 주세요’ 하고 빌었다면 사실 마음의 이면에 무엇이 연습되고 있는지를 보세요. 그 이면에는 '지금 남편 하는 일이 잘 안 됩니다. 그러니 앞으로 미래에는 더 잘 되게 해 주세요' 하는 것입니다. 즉 잘 되게 해 달라는 말 이면에 우리는 사실 '남편 일이 잘 안 된다'는 말을 법계를 향해 계속해서 뿜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기복적인 기도의 이면에는 ‘잘 된다’가 아니라 ‘잘 안 됩니다’라는 부정적 마음의 에너지를 우주법계에 계속 보내고 있는 것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기도는 비는 것이 아닙니다. 참된 기도의 정신은 감사에 있습니다. 감사는 지금 현재 남편의 상황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의 상황에 대해 충분히 감사해 하는 것입니다. 남편이 더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나마 돈이라도 벌어오니 그것으로 밥 먹고 살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하고 지금 이대로의 현재 모습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그 이면에 무엇이 연습되느냐 하면, 남편의 현재 사업에 대해 감사하고 있으니까 우주법계에 남편의 현재 사업에 대한 만족을 보내는 것입니다. 만족함을 느끼고 감사함을 느낀다는 것은 우주법계를 향해 풍요로움과 만족과 감사를 보내는 것입니다.

우주법계는 내가 마음에서 연습한 대로 고스란히 가져다 줍니다. 일체유심조, 마음에서 그린 것을 그대로 가져다 주는 것입니다. 부자되게 해 주세요, 남편 사업 잘 되게 해 주세요, 함으로써 부족, 결핍, 가난, 실패를 연습하면 그것이 나에게 올 것이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 긍정하고, 감사하며, 만족하게 된다면 우주법계는 내가 누리고 있는 그 감정을 좀 더 획기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계속해서 그것의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니 세속적인 기도를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할지라도 잘 알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사의 기도, 만족의 기도, 긍정의 기도를 통해 무언가 얻을 수 있는 것을 해야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거꾸로 된 기도를 해서야 되겠습니까.

 

제가 처음 다니던 절에서는 관음경을 독송했는데요, 이사를 와서 나가게 된 절에서는 대비주 기도를 합니다. 또 요즘은 어떤 인연이 되어 금강경 독송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때때로 직장생활 중에는 관세음보살 염불을 합니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기도가 맞는지요?

우선 수행의 인연이 처음에는 관음경이 되어다가, 다라니가 되고, 또 금강경 독송으로, 관음정근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것은 그렇게 인연 따라 이 절 저 절 다니다보면 수행법도 바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수행법이 바뀌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왜 그런고 하니, 그런 모든 수행법의 그 이면에는 깊은 바탕과도 같은 지관(止觀)의 수행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불교가 불교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지관의 수행 때문입니다. 기도니, 보시니, 진언이니, 하는 다양한 불교적 전통의 가르침들이 사실은 다른 종교에도 많이 있는 내용들이지요. 그런데 바로 이 지관수행이 불교 수행의 핵심이면서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핵심의 수행법입니다. 즉 염불을 하든, 다라니를 하든, 보문품을 하든, 금강경을 하든 그 이면에 번뇌망상을 ‘그치고’, 마음을 ‘관하는’ 그 수행이 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망상을 그쳐라, 마음을 비우라, 집착을 놓으라 하는 것이 다 지관에서 ‘지(止)’의 수행이며, 알아차리라, 관하라, 깨어있으라, 지켜보라는 것이 다 ‘관(觀)’의 수행인 것입니다. 그 둘 중 핵심은 관입니다. 금강경, 관음경, 대비주를 독송하며 마음을 관하고, 관음정근을 하면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마음을 관하고, 또 일상 생활 속에서도 늘 마음과 생각과 느낌 등을 매 순간 관찰 해 나가십시오. 그런다면 인연 따라, 사찰 따라, 스님 따라 또 도반 따라 다양한 수행법을 만나게 될지라도 그 근본은 흔들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기도를 오래 하다보니 기도하는 중에 온갖 경계를 만납니다. 마장이라고 해야하는건지 모르겠네요. 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때때로 두렵고 무서워 기도를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기도 중 생기는 마장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어떤 수행을 하든 다양한 수행중의 경계를 만날 수 있게 되는데, 그 경계를 만난다고 할지라도 중요한 것은 그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다만 그러한 경계가 수행 중에 나타나고 생활 중에 나타나고, 꿈 속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가만히 분별 없이 지켜보기만 하시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경계가 즐겁고 신비하다고 좋아하여 집착하려 하거나, 다시 한 번 느끼려고 하거나, 또 무섭고 두렵다고 해서 미워하고 밀쳐내려 하거나 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되 거기에 마음을 붙잡아 메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경계든, 마장이든, 신비한 체험이든 그것에 마음이 끄달려 거기에 따라가면 안 됩니다. 따라가면 그것이 수행을 방해하는 마장이 되고, 공부에 큰 방해가 되지만, 따라가지 않고 그저 관심을 두지 않고 다만 분별 없이 지켜보기만 한다면 그 모든 것이 우리 공부의 아름다운 재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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