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때는 충분히 외로워하라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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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생활수행

외로울 때는 충분히 외로워하라

목탁 소리 2010. 1. 1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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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느낌도 인연따라 온 환영일 뿐
그대로를 인정하고 느끼고 바라보라

저녁 노을이 질 때가 되면 난 해지는 풍경 속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요즘 같으면 찬바람이 휑하니 불어 내 안에서 피어오르는 느낌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때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외롭다고 할 수도 있겠고, 고요하다거나 평화롭다거나 할 수도 있겠지만 애써 그것을 표현하지 않아도 좋다. 뭐랄까 내 안의 본래적인 감각을 온전하게 끌어내 주는 이 느낌에 가만히 마음을 모으다 보면 이 대자연의 숨결과 하나되는 듯 내 마음은 어느덧 선(禪)으로 향한다.

이러한 느낌은 참 소중하다. 그 느낌을 그저 휙 지나쳐 버리지 말라. 가만히 그 느낌에 마음을 모아 집중해 보면 그 모든 느낌들 속에서 명상의 연결점을 만날 수 있다. 느낌에 집중한다는 것은 사념처 수행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우리는 늘 수많은 감정과 느낌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 느낌을 온전히 느껴보는 데는 무척 인색하다. 그 느낌에 아무런 차별이나 분별을 갖지 말고 그냥 빈 마음으로 느껴보는 것에 익숙치 않다. 그러다보니 좋은 느낌에 속아 집착하고, 싫은 느낌에 속아 아파하며 스스로를 얽어맨다. 그러나 본래 느낌 그 자체에는 아무런 분별도 없다.

그것이 어떤 느낌이 되었든 지금 이 순간에 내 안에서 일어나는 그 느낌에 집중하라. 그 느낌을 온전히 느끼라. 온전히 느낀다는 말은 그 느낌을 싫다고 피하려 하거나 좋다고 더 가지려고 애쓴다거나 하는 두 가지 좋고 싫은 분별을 다 놓아버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말이며, 충분히 그것을 즐기고 느껴본다는 말이다.

외롭다면 외로움을 흠뻑 느껴보고, 화가 일어날 때 그 화에 마음을 모으며, 슬픔이 올 때 슬픔과 하나가 되어 슬퍼하라. 그 느낌을 분별없이 지켜보고 충분히 느끼라.

음악치료의 원리도 그렇다고 한다. 우울할 때 사람들은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오히려 신나는 음악을 들으려 애쓰지만 그것은 우울감 치료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우울할 때 일수록 우울한 노래를 듣는 것이 좋다고 한다. 우울할 때 흠뻑 우울해 하고 슬플 때는 충분히 슬퍼할 때 내적인 치유는 시작될 수 있다고 한다. 자꾸만 벗어나려고 애쓰면 오히려 더 옭아 매어질 뿐이다.

느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느껴보고 즐기고 바라보면 그 느낌을 느끼는 속에서 하나의 커다란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느낌이라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 텅 비어 있다는 사실. 충분히 그 슬픔에 젖어보면서 슬퍼하는 나를 관찰하게 되면 슬픈 내가 사라진다. 슬픔이라는 느낌을 찾을 수 없고 결국에 그 슬픔도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다. 온갖 느낌이라는 것은 인연따라 잠시 나타난 환영이며 신기루일 뿐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그 느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충분히 알아차리면서 느끼기만 하라.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수행의 길이다. 다만 지금 그 느낌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라.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의 느낌을 가지려고도 하지 않고 버리려고도 하지 않으며,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고 인정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랬을 때 느낌 속에 살면서 느낌을 초월할 수 있다. 함이 없이 모든 것을 하게 된다.
슬플 때는 온 존재로써 슬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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