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형에 앞서 읊은 시 한수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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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한담 산사하루

참수형에 앞서 읊은 시 한수

목탁 소리 2009. 12. 2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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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북한산 진관사]

옛 사람의 글을 읽다가
승조스님의 죽음 앞에 읊은
한 자락의 게송이
가슴에 짠한 울림을 가져다 줍니다.

수많은 경전을 역경하신 구마라집 문하에
승조(僧肇)라는 스님이 계셨습니다.
본래는 노장사상에 심취하였었는데
뒤에 유마경을 읽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불교에 귀의하신 분입니다.

워낙 명성이 뛰어나
불교계 뿐 아니라 세간에서 또한 크게 숭상받았는데
그러다보니 많은 이들의 모함도 받게 되었고
왕이 부하로 만들려고 협박을 하기도 하셨지요.

특히 이 승조 스님을 탐낸 진나라 왕 의희는
스님을 퇴속시켜 자신의 부하로 만들려고
갖은 희유와 협박을 다 하였습니다.

"스님께서 속인으로 돌아와 재상이 되면
천하의 백성을 위해 좋은 일을 더욱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니
부디 짐의 청을 저버리지 말라"

그러나 스님은
"재상이 다 무엇이고 천하가 다 무엇이겠습니까.
부처님 법에서 볼 때는 모두가 부질없는 꿈 속의 일일 뿐입니다.
나는 무상대도를 얻어 만 중생을 이익되게 할 것입니다."
라며 단번에 거절하여 버렸습니다.

이 말을 듣고 화가 난 진왕은 승조스님을
사형에 처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하지만 승조스님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사형이 집행되기 전 칠을 동안
팔만대장경의 핵심을 꿰뚫은 보장론을 저술하며
죽음을 앞에두고도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고 번역하는데
몰두하였습니다.

곧 형틀에 올라 칼로 목을 베이는 참수형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태연하게 게송 하나를 읊었다고 합니다.

四大元無主
五陰本來空
將頭臨白刀
猶似斬春風

"사대로 이루어진 몸뚱이는 원래 주인이 없고
다섯 가지로 모여진 이 몸은 본래부터 비었도다.
장차 흰 칼날이 내 목을 자를 것이나,
이는 마치 봄바람을 베는 것과 같을 뿐이다."


마치 봄바람을 칼로 베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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