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삶, 도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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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한담 산사하루

시골의 삶, 도시의 삶

목탁 소리 2009. 8. 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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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의 해안마을-펀치볼]

오래도록 서울이나 서울 근교 경기도 쪽에서 생활을 하다가
이렇게 강원도 시골로 들어 와 보니
더욱 더 시골이라는 곳, 자연이라는 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본질적인 부분이었는지,
우리에게 있어 시골의 의미가 과연 어떤 것인지
더욱 선명해지고 뚜렷해진다.

분명 자신이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그 지역, 주변환경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른다.

그 옛날 수많은 선배 수행자들께서
왜 그토록 깊은 산 속을 찾아 들어 갔는지
이제사 알 것도 같다.

물론 시골에 살든, 도시에 살든
마음만 고요하게 선을 행하고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아란냐요, 적정한 수행처가 아니겠느냐만,
나같이 아직 모자라고 부족한 수행의 이력을 가진 이에게는
사는 곳의 영향이 참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느낀다.

서울에 살게 되면
그리 바쁜 일이 없어도 늘상 바쁘다.
마음도 바쁘고,
정신도 바쁘고,
몸도 덩달아서 바쁘다.

그렇게 바쁜데는
주변의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차들도 바삐 지나가고,
지하철도, 버스도, 비행기도 정신 없이 달린다.
일도 많고,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고, 사건 사고도 많고,
많은 것들이 너무 많이 넘쳐나다 보니
그 많은 것들 속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더 드러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바빠져야 한다.

도시의 한 가운데 서 있으면서
사람들의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흔들리는 눈빛과 소란스런 소음, 쉴 새 없는 정신을 보게 되면서
내 마음도 덩달아 바빠진다.

도시의 하루는 정말이지 너무 바쁘다.
그런 바쁜 도시에 살다보면
사람도 저절로 도시를 닮아가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의 정신에 도시의 사고가 깃들게 되면
우리의 영혼은 빛을 잃고 만다.

그러나 시골의 하루는 간소하고 느리다.
시간도 느릿 느릿 지나가고
사람도 느릿 느릿 스쳐 간다.

사람도 적고, 건물도 적고,
차도 적고, 일도 적다 보니
그리 바쁠 일이 없을 수 밖에.

사람들 마음은 언제나 여유롭다.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도시에서는 밥을 한 끼 먹어도
살기 위해 먹어야만 하듯
전투적이고
밥이 그저 입을 거쳐 뱃속으로 돌진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시골에서 밥을 한 끼 먹는 일은
하루 일과 중에 아주 중요한 요소이며
밥도 찬도 그 맛을 보며 음미하며 먹을 수 있다.

도시에서는 일이 없어도
왠지 모를 불안감과 근심 걱정에 시달리거나,
쉬는 날이 주어지더라도 무언가 해야만 할 것 같은
일 중독에 빠지기 쉽지만,
시골에서는 흡사 일이 좀 많더라도
마음이 일의 무게에 억눌리지 않아 여유롭고
꼭 쉬는 날이 아니더라도 참으로 쉬는 휴식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순간 순간 저절로 깨닫게 될 것도 같다.

도시에 살면
필요한 것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우선 어디를 가든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물건들이 넘쳐난다.
대형 마트만 한 번 가더라도
우리의 욕구를 자극하는 생필품들이
더욱 기능을 업그레이드 시켜 진열되어 있다.

무엇이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 때 그 때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다.
아니 조금 필요치 않더라도
너무 자주 눈에 띄기 때문에 쓸데 없이 구하는 물건들이 넘쳐난다.

그렇게 너도 나도 좋은 소유물들을 쌓아 놓고 지내니
그것들을 본 이웃들은 덩달아
그 좋아보이는 것들을 사게 되고
그런 상호욕심의 작용이 도시를 더욱 넘쳐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없는 것이 많다.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는
온갖 기능을 갖춘 최신식 기계나 생필품들이 잘 없다.
기초적인 생필품들 또한
도시에서처럼 온갖 디자인과 기능들을 갖추어서
몇 곱절이나 비싸게 파는 것들 보다는
단순한 쓰임에 맞는 싼 것들이 주를 이룬다.

그러니 절로 도시에서보다 소유도 줄고
최신식 무슨 무슨 기기로부터 자유로우니
생각도 단순해지고
욕심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없는 것이 많다보니
그냥 없이 사는 일이 많아진다.
도시에서 같으면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언제든지 나가서 사게 되지만,
시골에서는 필요한 것이 있어도
도시까지 나가 사야하는 불편함 때문에
없으면 없는대로 지내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때때로 없는대로 사는 방법을 익히는 일은
우리 안에 잠자고 있던 본연의 지혜를 움트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없으면 없는대로 그냥 저냥 지낸다.
모두가 그렇게 지내다 보니
누구는 있는데 나는 없다고 서운할 것도 없고,
같이 없으니 사야겠다는 욕심도 적다.
설령 이웃집에 좋아보이는 물건이 있다 하더라도
그걸 어디서 어떻게 구입해야 하는지 모르니 아예 포기를 하기도 쉽다.



작년도인가 신문에서 강원도 태백을 시작으로
인구 5만 내외의 소도시에도 대형마트점을 입점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대형마트회사들이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 와서 생각해 보니
그게 얼마나 시골을 죽이는 일이고,
시골에 사는 즐거움을 없애는 일이며,
또한 시골의 작고 소박한 장사꾼들이나
장을 떠돌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는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죽으라는 소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스친다.

대형 마트점에는
그 마을에서 난 농산물이며 생필품이 없고,
대신에 외국에서, 중국에서,
그야말로 다량으로 유통시켜야 하다 보니
다량으로 기계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전부다.

심지어 먹거리 농산물 조차
다량으로 납품하는 것들이니
거기에 비료, 농약, 제초제, 방부제 등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무조건 다량으로 생산을 하려면
반환경적이고, 우리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이 뿌려지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대형 마트점의 과일들은
외국에서 이 곳에 오기까지 한 두달이 지난 과일이
아주 생생한 모습으로 먹음직스레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그 과일에 뿌려진 농약과 방부제 등을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그게 어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과일이겠는가.

대형마트점이 들어오면
우리 시골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좋아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시골 사람들 다 죽인다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
거의가 환영하는 사람들 일색이라고 하니
우리 시골을 지키는 사람들부터가
조금 더 지혜로운 시골 생활의 각성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야말로
마음 속으로는 부자를 꿈꾸며
부자가 되지 못한 박탈감에 사로잡혀
가난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부유함을 버리고
지혜로운 깨달음에 입각하여 가난을 선택하는 사람이 보배롭듯이,

시골에 사는 사람들도
스스로 도시에 가지 못한 것을 비하하면서
성공하지 못해, 자신이 없어 시골에 남아 있는다는 생각으로
어쩔 수 없이 시골 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도시 생활의 편리함을 뿌리치고 나와
자발적이고도 지혜로운 삶의 선택으로써
시골의 삶, 귀농의 삶을 택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요즘같은 환경 위기의 세상에서 얼마나 보배로운 사람들이겠는가.

분명 주변환경이, 자기가 서 있는 곳의 조건이
자기를 결정짓는 일이 크다.
도시가 도시인들의 삶을 결정짓고,
시골이 시골인들의 삶을 결정짓는다.

저잣거리에서 그 경계를 이겨내며
수행하는 것 또한 아름다운 일이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 않다면
고요한 시골 마을, 적정처를 찾는 일은 어떻겠는가.

이렇게 도시에서보다
조금 포기하고 사는데도 이렇게 자유롭고 평화로우니
여기에서 조금 더 포기를 하고
조금 더 자연에 깃들며 자급할 수 있는 지혜를 지닌다면
아, 얼마나 내 삶은 풍요롭게 깨어날 수 있을 것인가.

도시로 도시로만 몰리고 쏠릴 것이 아니다.
시골로 시골로 깃드는 즐거움,
아, 이 즐거움을 그저 나홀로 즐기고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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