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짐 정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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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한담 산사하루

묵은 짐 정리하기

목탁 소리 2009. 7. 2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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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이 너무 많아 하나 씩 하나 씩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정리를 해야겠다고 늘 생각해 오다 이제서야 묵은 일을 시작해 본다. 꼭 필요한 것들이라는 것은 정말로 꼭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말하는데,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이 속에 들기가 어렵다.

물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놈이 욕망의 소산인가, 아니면 '최소한의 필요'의 범주에 들어있는 것인가가 보인다. '최소한의 필요'가 아닌 것들은 대개 욕망이 개입된 것들이기 쉽다.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다 보면 모든 물질마다 제각기 독톡한 분별이 따르게 마련인데, 대부분 그 분별로 인해 첫 생각 정리 대상이었던 것들이 다시금 '소유'의 범주로 슬그머니 들어오기 쉽다. 그래서 정리할 때는 마음을 잘 비추어 보아야 그 분별에 속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조금만 방심해 버리면 그놈의 분별심과 소유욕의 불길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많이 버리면 버릴수록 우리의 몸은 조금 더 불편해 지겠지만 너무 편리함만을 따르면 몸뚱이 착심만 키울 뿐, 참된 공부는 불편함을 이겨나가는 그 속에서 이루어진다. 법정스님은 우리에게 '불편함을 이겨나가는 것이 곧 도 닦는 일'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버릴 때는 어려워도 시원스레 버리고 나면 버린 만큼 자유로워지고 평화로워지게 마련이다. 이런 자유로움은 아무나 느낄 수 없는 것이지만, 또 누구나 한번의 '무소유'를 실천함으로써 쉽게 얻을 수도 있다.

누구나 이따금 한 번씩은 이런 정리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기적으로 이런 버림의 실천을 행하는 것도 좋겠다. 이렇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은 무엇인가를 사거나 거저 얻게 될 때라도 함부로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훗날 버릴 것을 생각하므로 소유의 굴레 속에서 그만큼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말로만 수행이 아닌 실질적인 무소유 방하착의 수행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방안을 한번 휘휘 돌아보라. 방안 곳곳 집착과 욕망의 소유물들이 넘쳐난다. 지금 그 안에 살고 있는 나는 그 소유물들에 소유당하며 휘둘리고 있지 않은가. 그로 인해 조금의 편리함은 느끼겠지만 도리어 더 큰 살뜰한 행복감을 잊고 있지는 않은가.

겨울 눈꽃이 이 산사를 또 뒷산 자락을 한창 물들이고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피어오른 눈꽃의 고요한 잔치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아름다움이란 아마도 무소유에서 오는 호젓한 평화로움일 것이다.

지난 가을, 화사하게 이 산사를 물들였던 단풍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을 남기며 홀로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왠지 모를 안쓰러움을 느꼈었다. 그러나 그건 내 생각일 뿐, 때가 되어 나뭇잎을 떨군 나뭇가지는 홀가분한 자유를 느꼈을 것이다. 낙엽을 다 떨구어 낸 무소유의 호젓한 가지만이 한 겨울 그 어떤 추위에도 결코 시들거리지 않고 우뚝 솟아 그 텅 빈 가지 위로 아름다운 꽃눈을 피우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삶 또한 때가 되면 훌훌 털어 버리고 일어나야 그 텅 빈 무소유 안에서 새로운 삶의 향기로움을 다시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이 겨울, 내가 소유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로부터 또 나를 소유하고 있는 이 모든 소유물들로부터 자유로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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